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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AR과 VR이 부동산 산업을 변화시킨다

약 10년 전, 증강 현실(AR)과 가상 현실(VR)이 부동산 산업과 만났습니다. 초기에는 카탈로그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가상 모형도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부동산 산업과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AR 카탈로그의 하나로 부동산이 포함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부동산 업계가 AR과 VR을 활용하는 방안에는 모형도를 보여주는 것 외에도 많은 발전을 이뤘는데요. AR과 VR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늘면서 부동산 업계도 기술의 도입 외에도 효과적인 부동산 플랫폼이 만들어지길 원했고, 결과물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l 부동산 산업의 VR (출처: https://www.mythic-vr.com/experience-1/)


소더비 국제 부동산(Sotheby’s International Realty)은 AR과 VR 부동산 앱을 구현한 최초의 부동산 브랜드입니다. 소더비가 출시한 모바일 큐레이트 앱(Curate by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은 3D 가상 스테이징에 기술 플랫폼인 루미(RoOomy)를 기반으로 구글의 AR 플랫폼인 AR 코어(AR Core)로 개발되었습니다. 큐레이트 앱은 소비자가 주택을 구매하기 전에 시각화 경험을 제공합니다. 거실이나 부엌에 가구를 배치하고, 동선을 확인하는 등 구매 후 고려할 사항을 가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가구 배치만 가능하다면 플랫폼이라고 볼 수 없겠죠. 소더비는 가구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진행합니다. 실제 판매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주택을 구매할 때 가구까지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는 이케아가 선보인 AR 가구 배치 앱인 이케아 플레이스(IKEA Place)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케아 플레이스는 가구를 개별적으로 배치하여 가상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경험이지만, 소더비의 큐레이트 앱은 소개하는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 세트를 미리 선정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적절한 가구를 배치했을 때 만족도가 주택 구매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고, 배치한 가구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반영된다면 굳이 다른 가구를 고르는 수고를 하는 대신 큐레이트 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구 업체의 참여를 이끌고, 판매하는 공간과 어울리는 가구 세트를 풍부하게 마련할수록 효과는 커질 것입니다. 소더비의 인터랙티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존 파세리니(John Passerini)는 '집을 사는 것은 재정적으로 중요한 결정일 뿐만 아니라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일이다.'라면서 'AR 요소를 도입하는 건 소비자들이 기술의 마법을 통해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변한 가정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주택을 구매하기 전에 마치 사는 집인 것처럼 가상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거죠.


l 제이드 시그니처 (출처: http://jadesignature.com/#the-gallery)


VR은 잠재적 구매자와 부동산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이드 시그니처(Jade Signature)는 미국 플로리다 남부 서니 아일즈 비치(Sunny Isles Beach)에 있는 해안가에 57층 높이의 192개 유닛으로 구성된 주거용 아파트입니다.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 판매 및 중개 회사인 포춘 인터내셔널 그룹(Fortune International Group)이 주도하고,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듀오이자 건축 회사인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2013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해안가에 지어진 아파트인 만큼 고층에서 보이는 해변 풍경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어지지 않았는데, 해변을 바라보는 경험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죠. 포춘 인터내셔널 그룹의 판매 담당자인 샌드라 차토니(Sandra Chartouni)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아파트의 판매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VR을 선택했습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만으로 잠재적 고객은 이른 시간 햇빛이 드는 세련된 제이드 시그니처의 주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현대적인 가구로 꾸며진 거실에서 이동하는 경험도 할 수 있죠. 차토니는 '우리는 꿈을 팔고 있지만, 이것은 현실을 입증하는 또 다른 도구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명 가상을 보여주는 거지만, 해당 공간이 현실이라면, 실제 거주할 수 있다면 어떨 것인지 증명하는 것이므로 실제 판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실제 장소에 있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뉴욕에 거주하는 잠재 고객이 마이애미까지 가지 않아도 부동산 구매를 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죠. VR 헤드셋만 착용하면 되므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차토니는 포춘 인터내셔널의 넓은 해외 고객 목록을 언급하면서 '누군가를 비행기에 태우는 첫걸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l VR 샘플 유닛(출처: https://vrscout.com/projects/selling-real-estate-in-virtual-reality/)


이전에는 멀리 있는 고객에게 프로젝트를 설명하려면 샘플 유닛을 가지고, 직접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샘플 유닛을 확인한 고객을 마이애미로 불러들여야 했죠. VR을 활용하면 샘플 유닛을 가상으로 담을 수 있고, 절감한 비용으로 잠재 고객을 마이애미에 부를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이므로 해결할 부분은 있습니다. AR과 VR을 적용하는 건 고급 부동산에 국한한다는 점입니다. 소더비는 큐레이트 앱을 통한 가구 판매를 위해 고급 빈티지 가구 플랫폼 업체인 비예트(Viyet)를 인수했습니다. 포춘 인터내셔널은 고급 부동산 업체죠. 분명 VR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인 것은 맞지만, 고급 부동산은 잠재 수요를 한정할 수 있고, 회사로서는 고객 목록을 토대로 판매를 진행하게 되므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광범위한 수요에 판매하고자 하면 되레 큰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예컨대, 포춘 인터내셔널은 VR로 절감한 비용을 고객들이 마이애미에 방문하도록 하는 쪽에 투자했습니다. 광범위한 수요를 VR로 유도하는 건 좋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방문으로 발생한 비용에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AR과 VR이 모두 수요를 특정할 수 있는 고급 부동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AR과 VR은 가상입니다. 차토니는 기술이 현실을 입증하는 도구라고 말했지만,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경험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AR로 구현한 가구 세트가 현실에 놓였을 때 재질이나 무게, 마감 등에서 만족하지 못할 제품일 수 있습니다. VR로 바라본 푸른 해변의 풍경이 현실에서는 우중충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죠.


만족도를 높이려면 가상 요소를 현실에 가깝게 구현해야 합니다. 영화나 게임에서 보이는 것은 다른,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닌 실제 거주를 증명할 수 있을 가상 요소 말입니다. 이런 점은 비용 상승의 원인과 함께 포괄적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다만, AR과 VR 기술은 발전하는 단계이고, 부동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개인화한 인테리어, 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없는 샘플 유닛, 저렴한 비용이라는 장점은 부동산 산업을 변화시키는 데에 중요한 기술 동향이 될 것입니다.


l 아파트 개발 판매 VR 플랫폼 엣지 28 쇼룸 (출처: https://vrscout.com/projects/selling-real-estate-in-virtual-reality/)


제이드 시그니처는 올해 초에 오픈했고, 전체 유닛의 95%가 판매되었습니다. 포춘 인터내셔널의 CEO 에르가르도 데포르투나(Edgardo Defortuna)는 VR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느냐는 질문에 '제가 그걸 다시 할까요? 네, 곧 그럴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VR 전략이 고급 부동산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한 문장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AR과 VR의 부동산 산업에 대한 동향과 영향은 차츰 고급 부동산을 벗어나 전반으로 퍼지리라 예상합니다. 서치 엔진 저널(SEJ)은 '눈속임으로 만든 AR은 화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수명이 짧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전까지 AR과 VR은 '신기하면서 새로운 기술'이라는 인식에 그쳤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앞서 제공할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즉, AR과 VR로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건 실패한 마케팅이라는 거죠.


그런 탓에 플랫폼화를 거친 AR은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드와의 상호 작용과 참여를 통한 가치 제공'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향하고, 모바일 AR로 잠재 수요를 확대합니다. 부동산 산업은 가상이면서도 현실적인 거주, 생활, 일상에 대한 경험이 상호 작용을 통해 어느 분야보다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AR 분야가 발전하는 양상에 맞춰 초기 단계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며, AR과 VR의 상호 작용을 통한 경험 전달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서 부동산 산업의 판의 형세는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글 l 맥갤러리 l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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