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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기업 맞춤형 오픈소스 ‘이너소스’

IT 업계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 분야도 네트워크, 서버, 데이터베이스,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내부 상황 때문에 오픈소스 도입이 어려운 기업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약 기업 규모가 크거나 보수적인 기업이라면 더더욱 오픈소스 도입을 어려워하죠. 최근 이런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맞춤화된 오픈소스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너소스’라는 개발론입니다.


 성공한 오픈소스 전략을 기업에서 활용하자, 이너소스 개발론


이너소스(Innersource)는 특정 기술은 아니고 개발 방식이자 문화를 말합니다. 기업 안에서 소스 코드의 공개 범위를 확대해 협업을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너소스라는 단어는 오픈소스 업계 대부격인 팀 오렐리(Tim O'Reilly)[각주:1]가 2000년에 처음 제시했습니다. 당시 팀 오렐리가 한 콘퍼런스에서 IBM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던 시기에 이 개념이 등장했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IBM 직원들은 오픈소스 도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는데, 대부분 라이선스와 관리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팀 오렐리는 “오픈소스 기술을 공개할 준비가 안 됐다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활용되는 다른 요소라도 이용해보라.”라고 제안하는데 이것이 이후에 ‘이너소스’라고 불리게 됩니다.


팀 오렐리의 제안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대규모 오픈소스 기술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점점 해당 기술이 확산하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자연스레 오픈소스가 성공한 방식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꼭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내부 제품 개발 때 오픈소스 개발 방식만 빌려와 개발 문화를 바꿔보는 식이었죠.


2015년에는 페이팔을 중심으로 한 ‘이너소스 커먼즈’라는 단체가 생겨나면서 이너소스 개발론이 더 확대되는 계기를 맞이합니다. 이너소스 커먼즈는 이너노스 관련 교육 자료를 만들고,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개발자들의 이너소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HP, 페이팔, 월마트처럼 전통적 기업이면서 규모가 큰 기업에게 이너소스 개발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이너소스 커먼즈: https://innersourcecommons.org/


l 이너소스 방법론을 도입한 대표 기업들


그렇다면 이너소스 개발 방법론의 구체적인 지침은 어떤 것일까요? 맥이 빠질 수 있지만, 폭포수 방법론, 애자일 방법론처럼 미리 정해진 절차는 없습니다. 대신 기업들은 스스로 각자에게 맞는 이너소스 원칙을 정의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픈소스 개발 문화에서 사용되는 원칙이라면 상황에 맞게 일부 차용하거나 응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코드 기여를 한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제도를 만든다든지, 문서화를 의무화시킬 수 있습니다. 코드 공개 범위를 팀 단위가 아니라 본부 단위나 지사 단위까지 넓혀서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이는 방법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개발속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이너소스 커먼즈는 이너소스 개발론을 도입한 5개 기업(벨 연구소, 보쉬, 페이팔, 유로페이스, 에릭슨) 사례를 분석한 자료[각주:2]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각 기업에 맞는 전략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공통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제품 개발에 이너소스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작은 기능 개발에 적용하거나 실험 제품을 선택했다. 작은 팀 단위에서 배웠던 가치나 과정을 문서화해서 이너소스 확산에 활용했다.

  • 팀원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제품에도 역시 다양한 기술이 들어갔다. 애초부터 하나의 전문 기술이 필요한 제품이라면 협업이 필요 없게 된다. 따라서 향후 다른 팀 관계자와의 협업이 어떻게 작동될지 보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인 팀을 구성했다.

  • 기술 자체가 모듈화가 필요하다. 코드 재사용과 기능 간 통합을 용이하기 위해서 내부 기술이 모듈화가 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

  • 협업 절차는 간단하고 명료해야 한다. 보고 및 점검 과정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위원회를 선정하고 이들이 관리했다.

  • QA는 내부 오픈소스 커뮤니티 위원회에서 하거나 동료가 간단히 리뷰해주었다. 시간 기간 리뷰를 활용하는 곳도 있어서 배포 후 특정 기간은 처음 기여한 사람이 책임지고 오류 수정에 계속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 협업 도구는 깃허브, SVN, 내부 버전 관리 도구를 활용했다.


● 참고: Adopting InnerSource ebook (전체 내용 보기)

http://paypal.github.io/InnerSourceCommons/assets/files/AdoptingInnerSource.pdf


이외에도 이너소스 커먼즈 깃허브 공식 페이지에는 ‘이너소스 패턴’이라는 다양한 실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너소스 패턴: https://github.com/InnerSourceCommons/InnerSourcePatterns


l 베를린기반 핀테크 기업 업체 유로페이스 AG가 이너소스 도입 원칙으로 소개한 자료 (출처: 2019년 깃허브 콘퍼런스 발표영상)


 MS도 전사에 도입한 이너소스 그리고 깃허브


올해 초 이너소스가 다시 주목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MS가 깃허브를 전사에 도입하고 이를 통해 이너소스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렸던 것인데요. MS 전문 기자로 유명한 미국 메리 조 폴리 기자는 지난 2월 “MS가 오픈소스 도구와 프로세스를 MS에 잘 정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매니저를 찾고 있다.”라며 “MS 내부에서 이너소스에 대한 반응이 좋아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각주:3]


사실 MS 행보를 보면 MS가 이너소스를 수용하려는 자세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과거 비록 안티 오픈소스 진영의 대명사였지만 현재의 MS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취임한 이후부터 오픈소스 친화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너소스도 비슷한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또한 깃허브를 자회사로 보유한 MS[각주:4]에 이너소스가 확장되는 것이 꽤 이득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깃허브 수익성과 관련 있는 부분인데요. 이너소스가 더 퍼질수록 기업들은 ‘깃허브 엔터프라이즈’ 같은 유료 코딩 협업 도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깃허브, 깃랩, 아틀라시안 같은 프로그래밍 협업 도구 업체들 그리고 생산성 도구 개발 기업들이 수익 기반을 더 넓히는 기회를 얻게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깃허브는 이너소스 커먼즈와 함께 이너소스에 관련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글 l 이지현 l 테크저널리스트 (j.lee.repor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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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InnerSource 101 and The Apache Way: https://www.slideshare.net/jimjag/innersource-101-and-the-apache-way

  • An introduction to innersource: https://resources.github.com/whitepapers/introduction-to-innersource/

  • Adopting InnerSource ebook:  http://paypal.github.io/InnerSourceCommons/assets/files/AdoptingInnerSource.pdf

  • "월마트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오픈소스가 관료주의 몰아냈다:  http://www.ciokorea.com/news/30702




  1. 오픈소스와 웹 2.0이란 단어를 확산시키고 오픈소스 관련 서적을 많이 출판한 인물이다. [본문으로]
  2. http://paypal.github.io/InnerSourceCommons/assets/files/AdoptingInnerSource.pdf [본문으로]
  3. https://www.zdnet.com/article/microsoft-is-going-all-in-on-inner-source/ [본문으로]
  4. MS는 2018년 깃허브를 인수했으며 그 인수규모는 75억 달러에 달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