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저번에 이어 일상에 파고드는 IoMT 2편으로 다양한 첨단 IoMT 디바이스를 알아보겠습니다.
● [일상으로 파고드는 ‘IoMT’ 1편] 시계로 심장병 예측한다?
스마트 워치 외에도 첨단 IoMT 디바이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캡슐형 스마트 알약도 그중 하나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Proteus Digital Health, PDH)’가 개발한 ‘아빌리파이 마이 사이트(Abilify My Cite)’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의약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FDA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서 분해되는 성질을 갖고 있는 캡슐형 디지털 알약은 일본 오츠카제약의 조현병 및 조울증 치료제인 아빌리파이에 실리콘, 마그네슘, 구리 등으로 특수 제작한 IEM(Ingestible Event Marker) 센서를 내장했습니다. 아빌리파이 마이 사이트는 환자의 체내에 도달하면 관련 정보를 웨어러블 패치를 통해 스마트폰 앱에 전송합니다. 약 복용 시기를 놓치기 쉬운 정신 질환자들의 약 복용 여부를 의료진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는 올해 상반기에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선구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선 실패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와 사업 초기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일본 오츠카제약 측은 디지털 알약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기업인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은 캡슐형 내시경 제품인 ‘필캠(PillCam)’을 상용화하면서 이 분야에 또 다른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필캠은 내부 장기를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촬영해 신체 밖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식도암, 위암, 대장암 등을 진단하는 데 활용됩니다. 기븐 이미징의 기술은 아일랜드 기업을 거쳐 지금은 의료 장비 글로벌 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에 넘어갔습니다.
l 메드트로닉의 필캠 (출처: 메드트로닉)
이스라엘의 또 다른 의료 스타트업인 체크-캡(Check-Cap)은 엑스레이 캡슐인 ‘C-스캔 시스템‘을 개발, 유럽 CE 인증을 받았습니다. C-스캔 시스템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고도 대장에 위치한 용종(polyps)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대장 내시경이나 필캠을 이용해 검사를 받기 위해선 장을 깨끗하게 비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C-스캔 시스템은 이런 절차 없이 편리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l 체크-캡의 ‘C-스캔 시스템’ (출처: 체크-캡)
심장병은 사람을 갑작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심장의 이상 박동을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에 소개한 스마트 워치의 ECG 측정도 바로 이런 목적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미국 의료 기기 전문 기업인 ‘인포바이오닉스(InfoBionics)’는 ECG 측정치를 의사들이 원격지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바이스인 ‘모미 카디아(MoME Kardia)’를 개발해 FDA의 승인을 얻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 중 심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은 크게 홀터 모니터, 이상 발생 시에만 활성화되는 이벤트 모니터, MCT(mobile cardiac telemetry, 휴대형 심장 활동 모니터링 디바이스) 등이 있는데, 모미 카디아는 하나의 기기에서 이 3개의 모드를 지원, 심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에 따라 원격에서 모드를 전환해 심장의 박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수집한 ECG 데이터는 무선 통신망을 통해 클라우드에 전송됩니다.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IoMT 디바이스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당뇨 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성인 인구 중 약 9.3%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당뇨병은 흔한 질병입니다. 만성적인 당뇨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데 ‘연속 혈당 측정(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999년 처음으로 FDA의 허가를 받은 이후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CGM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연속 혈당 측정 시스템인 에버센스(Eversense)와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vre)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하고 전송할 수 있습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 앱은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리스타일 리브레 연속 혈당 측정 시스템은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크기의 센서를 팔 위쪽의 뒷부분에 부착한 후 최대 14일 동안 연속적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데, 손가락 채혈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l 에버센스의 CGM과 앱 (출처: 에버센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펌프를 이용해 스스로 인슐린을 체내 공급하기도 합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인 ‘오픈 APS(개방형 인공 췌장 시스템)’는 CGM과 라즈베리파이 컴퓨터를 이용해 혈당의 변화에 따라 인슐린 펌프의 인슐린 주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당뇨병 환자들이 DIY 인공 췌장을 만들어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천식도 당뇨병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질환입니다. 천식 환자들은 흡입기(inhaler)를 이용해 약물을 스스로 투입하는데, 프로펠러 헬스(Propeller Health)는 천식•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 환자의 흡입기(inhaler)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스마트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약물 흡입 데이터를 자동 측정 및 저장하고, 증상 악화 시점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의사와 흡입기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환자가 의사 처방대로 흡입기와 약물을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도 차세대 기술로 여러 곳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글이 지난 2014년 눈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을 소개한 이후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개발하려던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사람의 눈물 속의 혈당 수치를 측정해 당뇨병 징후를 찾아내고 관련 데이터를 무선으로 모바일 단말에 전송하는 기술입니다. 정작 구글은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중단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l 센시메드의 트리거피쉬 구조 (출처: 센시메드)
스위스 센시메드(Sensimed)는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인 ‘트리거피쉬(Triggerfish)’를 개발했는데, 측정 데이터를 기록기를 통해 블루투스로 외부 단말기에 전송할 수 있습니다. 트리거피쉬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혈액응고와 관련된 질병도 있는데, 스위스 제약 업체인 로쉬(Roche)는 블루투스와 USB를 지원하는 응고 측정 시스템 ‘코아규체크 인레인지(CoaguChek INRange)’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항응고증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혈액 응고 속도를 체크하고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IoMT 디바이스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IoMT 디바이스들은 의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생활밀착형 IoMT 디바이스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환자들이 일상적인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비상 상황이 오기 전에 예방적인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활력 징후 또는 질병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일상적인 진료 활동에서 벗어나 보다 긴급한 환자의 치료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IoMT 기술은 의료 장비의 현황 파악과 유지 보수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료 기기 제조 업체들은 X-레이, CT, MRI 등 의료 장비에 적용된 센싱 기술을 활용해 의료 장비의 성능 추이, 이용 현황, 주요 부품의 노후화 등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의료 기기의 예방 보전 활동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IoMT 디바이스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IoMT의 보급 확산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센서와 IoMT 디바이스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의료 기관이 IoM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여전히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IoMT 디바이스들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IoMT 네트워크, 클라우드 플랫폼, 블록체인 기술의 구축 및 활용이 필요한데 초기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개발, IoMT 인프라 및 디바이스에 대한 사용자 교육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물인터넷과 마찬가지로 IoMT도 보안 취약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해커들이 IoMT의 보안 취약성을 악용해 개인들의 진료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보안 부분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IoMT의 물결은 거세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장수하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IoMT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더욱 불을 붙일 것입니다.
글 l 장길수 IT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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